2010년 4월 27일 화요일

주변 이야기

분명히 나는 이공계 캠퍼스에 와있는데, 마치 내가 의대 캠퍼스에 온 것 같다.

 

난 열심히 실험 보고서를 쓰고 있지만

왼쪽에는 언어추론 공부를

앞에서는 물리학개론 공부를

오른쪽에는 유기화학(MEET) 공부를

대각선 양옆에는 각각 LEET와 DEET 공부를

주변이 온통 밋딧릿핏(MEET, DEET, LEET, PEET, 각각 의학전문대학원, 치의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 6년제약학대학원) 준비하는 사람들 뿐이다.

 

의대, 치의대, 약대에 수능으로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화학과, 생물학과, 화학공학과(화학이 이름에 들어갔다는 이유 하나로 컷이 올라갔음), 화생공, 생명과학, 생명공학, 생태학 등의 전공이 밋딧핏 진학을 위한 발판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문제는 이들 중에는 이공계국가장학생을 받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정부는 사실 이공계 중흥을 위해 이런 장학사업을 시작했을 터이다. 이공계 진흥을 위해 쓰여할 돈이 그런 사람들에 의해 국비로 의대 준비하라고 돈을 대주는 꼴이 되어버렸으니 정말 안타깝다. 한국장학재단의 장학금 지급 규정에서 장학금 수혜자가 비이공계 관련 계열로 진학하면(대교협이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의치학전문시험 응시내역 조회 등을 통해) 수혜받았던 금액만큼 환수 조치를 취하는 게 적법하지 않을까? (이건 외고과 어문계열로만 진학하라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다. 의대 대학원을 진학한 사람들 만큼 순수 과학을 위해 준비한 사람들은 수혜받을 기회가 적어지니 말이다.

 

차라리 이럴바에야 이전 정권에서 경제 살리려면 기술 발전해야 한다고 늘려 놓았던(그랬다가 전체 이공계 인력의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져서 지금의 상황이 되어버린) 이공계 입학 정원을 더 줄여서 내실화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대한민국에 의사 변호사 들이 *넘치도록* 많이 많이 늘어나서 그들의 진료비나 수임료가 경쟁을 통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더 현실화되었으면 좋겠다. 양질의 서비스를 비용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말이다.

댓글 2개:

  1. 학사 과정 마치고, 배운것과는 상관없는 길을 간 저도 있는데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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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전율의신 - 2010/04/28 23:31
    학사 과정 때 선택한 전공 때문에, 그거에 매여서 저같은 경우에는 좀 미련이 남는 것 같아요. 미련을 떨쳐버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할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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