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21일 금요일

게임물 등급 위원회

본래 게임을 심사하던 영상물 등급 위원회에서 게임 심사 부분이 게임물 등급 위원회(겜등위)로 이관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있어서 미심의 게임물에 대해서는 겜등위 산하 불법게임물신고센터에서 접수를 받습니다. 겜등위는 심의 후 ISP에 사이트 차단을 요청하여 미심의 게임을 차단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지사항 등에는 사이트 차단 예정 안내 등이 나옵니다. 미심의 게임물에 대해서 차단하는 것은 물론 법률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점에서는 옳지만 독립 개발자들이 심심풀이로 특정인 간의 친목을 위해 만든 게임까지 차단될 수가 있고, 외국의 게임회사 경우 한국에 지사가 없어서 제도에 대한 이해 미비로 공정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창의적인 손수 제작물(UCC 등)과 독창적인 문화 콘텐츠 제작을 장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엄격한 잣대로 심의를 하고  저작권법이 더 세밀하게 개정되는 군요.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지 정말 헷갈립니다.

이건 겜등위의 위원소개 부분만 봐도 무언가 상식과는 다른 부분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분들의 게임에 대한 경력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은 4분/(총 위원 12분 + 위원장 1분)의 비율이고 위원장 분의 경력은 무려 "통일문화연구소"군요. 저로써는 통일문화나 홍콩특파원이 게임과 어떤 직접적 관련성이 있는지 이해하기도 납득하기도 어렵지만요. 무슨 이유가 있으려니 해야죠.

일례로 이 사이트 차단 예정 공지사항에서는 독일 회사의 웹게임이 한국에 지사나 한국 담당 정규직원이 없기 때문에 이런 심의가 있는지조차 아는지 의문시 되지만 무작정 법률을 적용해야 하는 겜등위의 입장 때문에 사이트가 차단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질문/답변 게시글에서는 미심의 게임이 신고되고 있는데, 정의감 때문인지 사이트에 불만을 품은 유저의 소행인지, 경쟁 웹 게임 사이트의 훼방인지 알 수가 없지만 앞의 사례를 보아 차단될 가능성이 높겠네요.

제1조(목적) 이 법은 게임산업의 기반을 조성하고 게임물의 이용에 관한 사항을 정하여 게임산업의 진흥 및 국민의 건전한 게임문화를 확립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과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 법제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http://law.go.kr/LSW/lsInfoP.do?lsiSeq=103973

 
게임산업을 진흥하고자 세운 법률이라는 취지가 정말 무색해지는 것 같습니다. 게임산업을 진흥하려면 음란, 도박, 선정, 폭력 등 청소년보호법에 위배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좀 더 창의적이고 기발한 게임 개발을 (비록 미심의라도) 유도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렇게 현 세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지금의 상태에서는 창조적 독립 게임 개발의 문도 매우 좁고(대기업 게임사에 의해 주로 주도되는 프로젝트), 외국의 게임 앱스토어같은 문호에도 폐쇠적이라는 의견 뿐만 아니라 쇄국적이라는 오해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 개발자와 소비자들이 인정하고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심의 체계도 중요하지만, 이런 사항에 대한 전문적 배경지식이 풍부하고 외부의 입김이 가해지지 않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전문 인력의 도입이 검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영등위의 바다이야기의 심의 통과 불법 행위 사태처럼 누군가의 사리사욕을 위해 이런 심의 제도가 악용되거나 남용된다면 대중의 비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댓글 2개:

  1. 영등위의 사례로 본다면... 게임산업 등의 진흥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으나... 게임의 제작 및 배포에는 하등의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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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류청파(koc/SALM) - 2010/05/27 22:12
    소프트웨어 기술자 경력 신고제부터 해서, 참 제작과 배포가 어려운 환경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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